정치인들도 알고 보면 불쌍합니다
얼마 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그분이 고려대학교를 졸업 했다고 해서 자세히 살펴 보니 경영학과 2년 선배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 입학 동기가 230 명이 넘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모두 남자였습니다!!! 1 년 후배인 78학번에 여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배 중에 여학생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보기도 했을 텐데 그분이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으니 좀 짠했습니다.
그분의 죄가 환경부 산하 단체 낙하산 인사에 관련된 것인데, 저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려면 낙하산 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괜찮은 사람들이 정치를 할 것이고, 또 부정을 안저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종 부처 산하 기관에 임원으로 합법적으로 취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기존 공기업 임원들이 자동으로 퇴직하는 규정 같은 것을 만들면 괜찮을 텐데, 법규는 그대로 둔 채 무리해서 공기업에 취업을 시키려 다 보니까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저항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대부분의 장관 자체가 낙하산인 데다가 임명권자 (대통령이나 정권 고위층)의 ‘은혜’를 입어서 장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국방부 불법 댓글 사건으로 떠 들썩했던 연제욱 전 사이버 사령관이 생각납니다. 저와 고등학교 동창인데 3 년 동안 같은 반을 했고 아버지들도 고등학교 동창이라서 꽤 가까웠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가장 어려운 서울대 사회계열에 지원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재수를 하고는 놀랍게도 육사에 들어갔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집안에 (아버지는 국회의원 역임) 장군이 없어서 장군이 되려고 육사를 갔다는 것입니다.
육사에 가서 잘 나갔습니다. 한 명 뽑는다는 독일육사 유학생에 선발되어서 3 년 동안 독일에서 공부하고 거기서 졸업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노무현 정권 때 ‘국가안전보장회의’에 파견나간 것이 발목을 잡아서 이명박 정권 때 계속해서 장군 진급에 누락되었습니다. 3 번 누락이 되어서 장군이 될 가망이 없었는데, ‘연평도포격사건’으로 갑자기 국방부장관이 바뀌면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독일 육사 출신인 김관진 장관이 취임하면서 같은 독일 육사 출신 연제욱을 예외적으로 장군으로 진급 시킨 것입니다. 사이버 사령관을 맡은 연제욱은 소장으로 진급하고 박근혜 정권때 청와대에서 근무까지 했지만, 결국 사이버 사령관때 총선과 대선 여론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금고 2 년을 선고받습니다.
부러운 것이 없었던 연제욱이 왜 그렇게 했을까 안타깝습니다 (연제욱 아버지는 영등포 시장 근처 큰 길가에 4층짜리 큰 빌딩을 두 채나 가지고 있었던 부자였습니다). 공부도 손꼽히게 잘했고 키도 크고 인물도 좋은데… 그토록 원했던 장군을 시켜준 윗사람의 부탁을 저버리지 못했던 것일까요? 이렇게 정치는 위험하고 무섭습니다. 정치인들도 알고 보면 불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