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선을 넘으면…
제가 중학교 다닐 때 홍은동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집이 좁아서 마당에 3 평짜리 작은 방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동사무소 직원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습니다. 이때 제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돈 되는 일은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찾아오네…”
제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집을 증축 (3 평짜리 방)하려면 동사무소에 허가를 받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용 때문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랬는지 그냥 지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법 증축을 지적하려고 열심히(?) 일하는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사무소에 허가를 받게 한 것이 아니라 뇌물을 먹고 눈감아 준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불법 증축 때문에 골목이 좁아진 것이 문제의 일부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50 년 전 제 경험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열심히(?) 일하는 동사무소 직원이 불법 증축을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불법을 적발하는 데에는 귀신입니다. 그런데 눈감아 주었을지 모릅니다. 동사무소 직원이 선을 넘은 것입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같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사고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세월호’처럼 비슷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몰려오는 인원을 예상하기 힘들 뿐 아니라 통제하기도 어렵습니다. 통제해서 못 들어가면, “왜 우리는 못 즐기게 하냐?”라는 항의가 빗발칠 것입니다.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양보하기 보다는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위험의 선을 넘습니다.
골목길을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이 맞선 상황에서 경찰이 통제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교통량이 줄어들어서 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불만이 심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찰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선을 넘었을 것입니다. 일방통행을 하라고 해도 사람들이 들었을지 의문입니다.
서로 우측통행을 하면서 조금 천천히 올라가고 내려갔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올라가는 측과 내려가는 측이 서로 경쟁하듯이 맞서다가 위에서 ‘밀어’라고 외치면서 깔렸다고 합니다(이게 사실이라면). “내가 왜 양보해? 그냥 아래로 밀어 버려!”라고 하면서 다시 한 번 선을 넘습니다.
이렇게 자꾸 선을 넘다 보면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그래서 어떤 사고방지 대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이해하지 못할 사고가 다시 일어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이런 사건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시민들이 평소에 선을 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부터 평소에 선을 넘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