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대생활을 하던 1980년대 초에 군대에서 가장 인기있던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이었습니다. 일요일 낮 12시 10분부터 시작해서 점심을 빨리 먹고 내무반에 돌아와서 보곤 했습니다. 막 나가는 춤을 추며 노래하는 참가자들이 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후 꾸준히 인기를 이어왔지만 크게 관심을 받지는 못하다가, 얼마 전에 오랜 진행자이셨던 송해 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 다음 진행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결국 개그맨 김신영씨가 다음 진행자로 뽑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상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중앙일보 뉴스에서 본 “’우리가 먼저 녹화’ 대구 시민, 김신영 전국노래자랑에 분통, 왜”란 기사였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김신영씨가 새로 진행을 맡은 후에 대구 달서구에서 처음 녹화를 했는데, 2 주 후에 녹화한 경기도 하남시편이 제일 먼저 나가게 되어서 대구 시민이 분통을 터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를 읽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게 분통을 터트릴 일인가?” 기사 제목을 뒷받침하려고 KBS 전국노래자랑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대구 달서구민의 의견도 실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적습니다. 새로운 진행자 김신영님 첫 방송이 대구 달서구 편이 아니 라서…” 그래서 ‘분통’이라고 적은 것 같습니다. 먼저 그렇게 적은 대구시민이 이해가 안되지만, 한 명의 대구 시민의 글을 바탕으로 모든 대구 시민이 분통을 터뜨린 것처럼 보도한 신문이 더 이상합니다.

사정은 이런 것 같습니다. 김신영씨가 새로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이 잘 될지 몰라서 처음 녹화를 김신영씨의 고향인 대구 달서구로 잡은 것 같습니다. 예상 외로 많은 사람이 왔고, 그래서 방송국에서 수도권인 하남시에서 녹화를 하면서 초대가수를 많이 초청해서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수도권이니까 초대가수를 초청하기 쉬웠겠죠. 하남시편이 처음 방송으로 더 맞는 것 같아서 하남시편을 처음 방송한 것 같습니다.

뭔가 자극적인 기사를 내야 클릭수가 많아지는 세상이긴 합니다. 그러나 기사를 보면 달서구 사람들이 ‘아쉬워한다’ ‘섭섭하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기사 제목을 “대구 시민, 김신영 전국노래자랑에 섭섭, 왜” 정도로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분통’이라니 요? 중앙일보 뿐 아니라 다른 신문들도 비슷한 기사를 썼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방 차별이라 분노”라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의 갈등을 조장합니다.

요새 한국 사회에서 갈등이 큰 문제입니다. 노사간,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간, 세대간, 남녀간 갈등이 지금처럼 심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나서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을 보니 화가 납니다. 우리 믿는 사람이라도 이해하고 덮어주고 배려하고 도와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