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주일을 맞아서 제 부모님과 저의 자녀 교육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전 자녀 교육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목회를 하면서 자녀 교육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제 어머니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것 같습니다. 일부러 교육하신 것 보다는 상황이 그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머니 성격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까 어머니께서 잘 키우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저희 집안은 대부분 한국 분들처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족하지 않게 살게 해 주셨습니다. 배고프지 않게 먹고 살았고 돈이 없어서 해야 할 것을 못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중학교 입시가 있을 때였는데 제가 4학년 때 과외를 할 정도였습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키우셨기 때문에 제가 원만한 성격으로 자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세배돈을 100원 (지금 돈으로 하면 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내심 500 원 받는 아이들을 부러워했지만, 그 덕분에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절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지 않게 자랐기 때문에 헝그리 정신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너무 악착같이 살지 않고 마음 편하게 (?) 살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가장 중요한 교육 방침은 ‘알아서 하라’였습니다. 아주 공부를 안하지 않는 이상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하셨습니다. 저는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평생동안 공부하란 소리를 듣지 않고 자랐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고, 숙제를 안해서 다음 날 아침에 친구 숙제를 배껴서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공부하라는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신경을 안쓰신 것은 아닙니다.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여름에 한글을 가르쳐 주셨고 (제가 학교를 1 년 일찍 들어갔기 때문에 입학하기 1년 반 전), 당시에 벌써 위장전입을 해서 일류 초등학교에 보내셨고, 중학교 들어가기 전 겨울에 학원에 다니게 해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조금 더 신경을 쓰시고 공부하라고 푸시하셨다면 제 성적이 더 좋았을 것이고 더 좋은 학교를 나와서 사회적으로 더 성공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푸시를 안하신 덕분에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았고 심한 경쟁심도 없게 되었습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키우는 것이 정답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덜 성공할지도 모릅니다. 악착같이 세상을 헤쳐나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만하게 살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아이들을 그렇게 키웠는데 나름 저희들 밥벌이 하면서 큰 문제 없이 사는 것을 보면 그리 나쁜 교육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