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길대학교에서 교수할 때 일입니다. 한 학생이 숙제를 냈는데 숙제 점수가 안 나왔다고 하면서 채점이 된 숙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시 숙제를 채점하는 사람에게 맡겼었는데, 찾아가지 않은 숙제와 비교해보니 거짓말임이 드러났습니다. 채점하는 분이 채점한 빨간색과 그 학생이 가져온 숙제에 적힌 빨간색이 달랐습니다. 나중에 숙제를 하고는 빨간색으로 채점을 해서 가짜를 만든 것이지요.
“어떻게 이렇게 교수를 속일 수가 있나” 괘씸하기도 하고 대학생이 벌써 이렇게 속이면 사회에 나가면 사기꾼이 될 것 같아서 엄한 벌을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런 사건을 담당하는 교수와 상의하니까 그냥 주의만 주고 끝내라는 것입니다. ‘학생이 따지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라면서.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기말고사 답안지를 가져와서 채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자세히 살펴보니까 위조였습니다. 남 답안지를 복사해서 자기 답안지에 끼워 넣고 답을 썼는데 복사할 때 호치키스 자국이 남은 것입니다. 이번에도 그 교수와 상의하니까 답은 같았습니다. 골치 아프니까 주의만 주고 벌은 안주고…
인간의 탐욕과 정욕과 죄성은 어느 사회에나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한국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양심을 의지하는 것과, 법으로 통제하여 제약을 가하는 것이 사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통제가 모두 허물어진 것 같습니다.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면서 죄의식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 너무 편만해서 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한국 사회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저는 부정직과 부정부패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문명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더 불행하게 될 뿐입니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우리 크리스찬에게 있습니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탐욕이 아니라 청지기로서 나눠주는 삶, 남을 지배하고 통제하기 원하는 정욕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삶, 지은 죄를 합리화하고 용납하는 대신 죄 지음에 대해 가슴 깊이 통회하고 서로 책임을 느끼는 정직한 삶. 이런 삶이 기본이고 당연한데 우리 크리스찬에게도 예외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에 나가면 백전백패… 당연한 결과인데도 우리는 이런 현실을 불편해합니다. 기본을 튼튼히 하고 세상에 나가도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우리는 우리 공동체 안에 머물며 세상만 탓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먼저 기본을 회복합시다. 지금은 우리가 그럴 때입니다. 어느 정도 기본이 갖춰지면 세상에 나갑시다.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된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