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에서 신학교를 다닐 때 지방회(지역 교회들의 모임으로 장로교단의 노회와 비슷)에 처음 참석했을 때 얘기입니다. 제가 있던 지역 근방에 침례교회가 적어서 3 개 주에 있는 교회들이 그 지방회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방회에 참석하려면 거리가 멀기 때문에 1박 2일로 모였습니다. 그때에도 9 시간을 운전해서 갔습니다.
첫 날 저녁에 회의를 하는데 40 대 중반인 지방회 총무님과 60 대 목사님 사이에 언쟁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60 대 목사님이 좀 무리한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60 대 목사님과 같은 지역에서 오신 50 대 목사님이 60 대 목사님 편을 들면서 40대 총무 목사님에게 했던 얘기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젊은 목사가 어른 목사님께 얘기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누구 잘못인지는 따지지도 않고, 연세 많은 목사님께 말한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회의하는 데 반말로!
한국처럼 나이에 민감한 나라도 없습니다.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서 쓰는 언어가 다 다릅니다. 윗사람에게 쓰는 말도 ‘아주 윗사람’, ‘어느 정도 윗사람’, ‘편한 윗사람’에게 쓰는 말이 다 다릅니다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잘 다녀오셨어요? 잘 다녀왔수?^^). 조금만 예의에 어긋나도 건방지다는 말을 듣습니다.
한국 ‘국민의 힘’ 당에서 36 살인 이준석씨가 새로 대표가 되었습니다. 역시 나이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큰아버지뻘인 문재인 대통령(32 세 연상)이나 삼촌뻘인 송영길 여당 대표(22 세 연상)와 만나면 어떨지… 비서실장으로 58세인 서범수 의원 임명등…
그래서 그런지 요새 나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이로 상하관계를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나이 때문에 공경을 받는 것이 아름답지만, 논리적이지는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세대 간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나이 많은 분들을 ‘꼰대’라고 부르고 그분들이 좋은 말씀을 하셔도 ‘나 때는 말이야(Latte is a horse)’이라고 하면서 일단 거부하는 등 부작용이 있습니다.
저도 이제는 나이 많은 축에 속합니다. 어린 사람이 버릇없이 행동하면 불편합니다. 나이 어린 사람은 저를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앞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행동을 규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이 때문에 대접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의 나이 문화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나이 많은 분들을 공경하고 대접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래서 나이 적은 분들은 계속해서 윗분들을 공경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많은 분들은 나이 어린 분들에게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고, 나이 어린 분들은 나이 많은 분들을 공경하고 대접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