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끝났습니다.불미스런 사건으로 생을 마쳤기 때문에 조용히 가족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울특별시장이든지 개인장이든지 둘 다 일리가 있고 어느쪽을 선택하든지 비난을 할 수 있는데, 이번에 그분의 장례로 인해 사회가 다투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니 좀 답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조선시대에 있었던 ‘예송논쟁’이 생각났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싸우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자세히 알아보니까 참 기가 막혔습니다. 1차 예송논쟁은 효종(인조의 차남)이 죽었을 때 인조의 계비(효종의 친엄마가 사망하고 난 후 인조의 아내가 된 분)가 얼마 동안 상복을 입느냐에 대한 논쟁입니다. 송시열을 비롯한 서인은 1년을(효종이 둘째 아들이니까), 윤선도를 비롯한 남인은 3년을(효종이 왕이니까) 주장합니다. 처음에는 해석 차이에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는 당파(서인과 남인)간의 다툼으로 번집니다. 결국 송시열의 서인이 승리하여 남인은 쑥대밭이 되고 윤선도는 3 년 동안 귀향을 가게 됩니다.
2차 예송논쟁은 효종의 정비(첫째 아내)가 죽었을 때 효종의 계모가 얼마 동안 상복을 입느냐에 대한 논쟁입니다. 송시열은 9개월을, 남인은 1년을 주장했는데, 이번에는 남인이 승리합니다. 그래서 송시열은 귀향을 가게 되고 남인이 집권하게 됩니다. 이후 서인이 집권한 후에 송시열이 석방되고, 다시 남인이 집권한 때에 사약을 받고 죽습니다.
결국 두 번의 예송논쟁은 유교예식의 해석의 차이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대규모의 당파 싸움이 되었고, 한쪽이 집권하고 다른 쪽이 실각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송시열과 윤선도 두 분은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분들인데, 예송 논쟁에서 서로 죽도록 싸웠다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 문제도 각자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특별시장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을 내고, 거기에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찬성하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자기 의견이 중요하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물론 상식을 벗어나는 의견이나 행동이 있습니다. 이런 범위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봐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범위가 너무 좁고, 진영에 따라서 의견이 달라집니다(내로남불). 자기 의견을 심하게 주장할 정도로 자기 의견이 중요하면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 한 다른 의견도 존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로 하면 좋겠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