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일광절약시간(당시에는 서머타임이라고 불렀습니다)에 대해 처음 들었는데, 한 시간 더 잘 수 있다는 말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당시 아침 8시 반에 수업이 있어서 아침 일찍 학교 가느라고 힘들었는데, 한 시간을 번 것같은 기분이었습니다.
3월 둘째 주 일요일에 시작한 일광절약시간이 오늘 끝났습니다. 이제 정상 시간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일광절약시간은 해가 일찍 뜨는 봄에 하루 일과를 일찍 시작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니까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했는데, 봄이 되어 해가 일찍 뜨니까 7시에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8시를 9시로 시간을 한 시간 늦춥니다. 시간을 바꾸고 나서 8시에 일어나면 시간을 바꾸기 전 7시에 일어나는 꼴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동양사람들의 사고방식에는 안맞는 것 같습니다. 해가 일찍 떠서 일찍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일을 시작하는 시간을 바꾸면 되지, 굳이 시간을 바꿀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즉, 시간을 바꾸는 대신 출근시간을 9시에서 8시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양에는 일광절약시간을 쓰는 나라가 별로 없는데, 여기 살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합니다.
일광절약시간이 끝나면 저는 긴장합니다. 해가 한 시간 일찍 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이 되면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와서 힘든데, 저녁에 해가 너무 일찍 져서 기분이 우울해지기 때문입니다. 해가 제일 짧은 동지쯤 되면 4시 반쯤에는 깜깜해 집니다. 낮의 길이도 8시간 42분 밖에 안됩니다. 낮의 길이가 이렇게 짧은 것은 몬트리올이 한국보다 북쪽에 있기 때문입니다(참고로 몬트리올의 위도는 45.5도인데 당연히 38선보다 북쪽이고, 만주 하얼빈과 비슷합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여름에는 몬트리올의 낮의 길이가 한국보다 아주 깁니다^^
한 편으로는 시간이 바뀌는 이때가 한 해를 정리하고 새 해 계획을 시작하는 좋은 때입니다. 지난 10 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고, 좋았던 것은 계속 이어 가고, 좋지 않았던 것은 반성하고 고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한 달 동안 새 해를 계획해 봅니다. 올 해 했던 일들중에 계속 해서 할 일들은 무엇인지, 바꿔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새로 시작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계획하는 것입니다.
새로 무엇인가를 계획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특별히 새 해에 하나님께서 하실 일들을 기대하면서 믿음으로 새 해를 계획하다 보면 가슴이 뛰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11월을 지내다 보면 저녁 해가 짧아져도 잘 넘길 수 있습니다. 12월에는 성탄절을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보냅니다. 그러면 2020년이 옵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새 해가 온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