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견우직녀가 오작교 다리를 건너 1 년에 한 번 만난다는 7월 7석입니다. 견우직녀에 대한 전설의 내용도 재미있고, 또 견우와 직녀가 헤어지는 것이 슬퍼서 이날에 비가 온다는 얘기도 흥미롭지만, 저에게는 이날과 관련해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으로 기억되는데 (5학년부터는 남자와 여자가 다른 반에서 공부했습니다) 같은 반 여자 아이가 저를 포함해서 네 명정도 자기 생일 잔치에 초대했습니다. 그날이 바로 7월 7일입니다. 김선덕이라고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선덕여왕때문에^^) 용모는 그냥 평범했고 착실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이 당시 가장 부자들이 산다는 ‘신문로’에 있는 2층 양옥이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데다가, 그것도 여자 아이가 초대해서 좀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조그만 선물을 준비해서 갔던 것 같고, 거기서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 아이가 저를 초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당시 저는 그냥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당시 공립국민학교중에 제일 좋다는 덕수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성적이 중상정도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일제고사를 봤는데, 시험이 끝나면 다른 반과 시험지를 바꿔서 그날 채점을 합니다. 그래서 시험 본 날 성적을 알 수 있는데, 잘 본 애들이 다 맞었거나 한 개 틀렸다고 하는데, 저는 5 개 정도 틀려서 기가 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외모도 평범하고 성격도 내성적이고 선덕이와 그리 친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기 생일잔치에 저를 초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7월 7일이 되면 어김없이 선덕이 생일잔치에 간 것이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어떤 날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로 기억하곤 합니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같이 큰 의미가 있어서 그날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조그만 의미가 생겨서 특별한 날로 기억하기도 합니다. 처음 캐나다에 온 날이라든지, 처음 누구를 만난 날등이 되겠습니다.
특별히 신앙적으로 뜻깊은 날을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우리 온누리침례교회에 온 날, 처음 목장모임에 참석한 날, 처음 성경공부를 한 날, 예수님을 영접한 날, 침례를 받은 날, 처음 VIP를 목장모임에 데려온 날등 기념할만한 날들이 많습니다. 이런 날들은 제가 선덕이의 생일잔치에 간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선덕이가 이 글을 본다면 섭섭해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덕이와는 4학년 이후 한 번도 보거나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기억하며 사는 날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