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야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 집이 추워서 왠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아파트에서 더 이상 히팅을 안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매년 히팅을 끊는 날이 되어서 히팅을 끊은 것 같은데 그날 기온이 5도 정도 밖에 안되었습니다. 다행히 그후 기온이 올라가고 비도 그쳐서 ‘이제 봄이 왔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새벽에 교회를 가면서 나무를 보면 새로 나온 나뭇잎 색이 너무 파랗고 예쁩니다. 올해 봄이 늦게 와서 나뭇잎이 그렇게 파랗게 난 건지, 아니면 같은 나뭇잎 색인데 봄이 늦게 와서 제 눈에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개나리나 목련같은 꽃들도 예년보다 많이 보입니다. 작년에는 꽃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올해에는 꽃이 많이 보입니다.(교회 갈 때 운전하는 길이 바뀌긴 했습니다^^)
사실 꽃은 빅토리아가 몬트리올보다 훨씬 많고 예쁜 꽃도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빅토리아에 살 때에는 꽃에 대한 감동이 적었습니다. 새로 나뭇잎이 날 때에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빅토리아에서는 평소에도 꽃이 많고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몬트리올에서는 긴 겨울동안 꽃은 구경도 못하고 나무들도 잎이 다 떨어지니까 봄에 새로 나뭇잎이 나거나 꽃이 피게 되면 감동이 훨씬 더합니다.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면 그런가 보다 적응이 되고 감동이 점점 적어집니다. 반면에 없다가 생기면 더 기쁘고 감동도 큽니다.
우리는 주로 과거를 좋게 생각합니다. 추억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이 증거입니다. 또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먼저 느낍니다. 새로운 곳에서 경험하는 좋은 것은 금세 적응이 되지만 나쁜 것은 빨리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떠나 온 한국을 더 좋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곳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한국을 떠나 이곳에 온 것인데, 한국을 더 좋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러니합니다.
이곳에 온 후, 빅토리아가 좋은지 몬트리올이 좋은지 물어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 분뿐만 아니라 이곳 현지인들도 많이 물어봅니다. (빅토리아에 살 때에는 몬트리올이 좋은지 빅토리아가 좋은지 묻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 대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 같아요. 지금 사는 곳을 좋게 생각하고 살면 됩니다”
기후나 자연환경을 절대적으로 평가하면 빅토리아가 몬트리올보다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정도는 비슷합니다. 같은 나무와 꽃을 봐도 긴 겨울을 지나고 보는 몬트리올의 봄이 빅토리아의 봄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기때문입니다. 지금 사는 곳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바라 보고 감사하면서 살면 우리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